시골 고양이 일상 오랜만에 공유해봅니다.
강원도의 겨울은 참 길지요? 시골집은 산에 둘러 싸인데다, 유난히 해도 짧은 느낌입니다.
우리집 마당냥이들의 겨울나기 풍경을 공유해봅니다.
엄마가 하나하나 보수해서 만든 길냥이 집 부터, 영하 10도 이상이 떨어지면 넣어주는 핫팩 까지.
고양이들이 견디기 너무나 힘든 계절, 겨울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우리집 시골 마당냥이들은 서울의 길냥이들의 생활과는 비교할 수 없이 호사스러울 수 있겠네요.
튼튼한 집과 아침 저녁으로 배식되는 밥과 따뜻한 물, 가끔 주어지는 츄르와 트릿이 있으니까요.
그래도 추운 겨울이면 녀석들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사람 집 안으로 튀어 들어오곤 합니다.
그런데 또 겁은 많아서 호다닥 다시 밖으로 도망치지만요.
지난 이야기에 이어, 마당냥이 네 마리의 겨울 일상 이야기 시작해봅니다.
미리보기.
고양이 네 마리가 집에서 밤을 보냈던 날입니다. 따뜻한 핫팩을 두 개의 집에 골고루 넣어주고, 사진을 찍어봤는데요.
밤 중이라 플래시를 터트려 깜짝 놀란 고양이들의 모습입니다.
두 마리씩 사이 좋게 나누어 집에 들어가 겨울 밤을 나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해요.
확실히 추운 밤에는 고양이들이 집 안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더라고요.
1. 또 아침이 왔습니다.
추운 밤을 견뎌내고 어느새 햇살 가득한 아침. 지난 밤 줬던 물이 꽁꽁 얼었네요.
아침이 되면 고양이들이 밥 달라고 문 앞에서 울기 시작합니다. 비몽사몽 눈 비비며 고양이들 밥 부터 챙겨줍니다.
두 마리 뿐이라, 접시 두개에 밥을 먼저 챙겨주고, 꽁꽁 언 물은 버린 후에 따뜻한 물로 교체해줍니다.
밥과 물은 매일 아침과 저녁에 채워줍니다. 고양이들도 밥 시간을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장난꾸러기 백미(하얀 눈에 파란 눈을 가진 새끼 고양이입니다.) 녀석은 꼭 엄마 밥그릇의 밥을 뺏어 먹습니다.
싸우지 말라고 머리 수 대로 접시를 주는데, 꼭 자기 밥그릇 두고 남의 밥그릇 탐을 내는 고양이들이 있는 법입니다.
백미 역시 그런 편이에요. 그래도 엄마 고양이(이름은 '모아'입니다.)는 화를 내지 않고 다른 그릇에 가서 먹고는 해요.
아마 엄마랑 장난 치고 싶어서 그런 것 같은데 엄마 고양이는 굉장히 시크한 편이라 늘 받아주지 않더라고요.
2. 겨울의 낮은 그래도 따뜻합니다.
시골 집의 마당은 햇빛이 잘 듭니다. 겨울에는 해가 뜨기 시작하면 살짝 뜨겁게 느껴질 정도예요.
낮 시간에는 고양이들이 일광욕을 즐깁니다.
이전 포스트에서 고양이 스크래쳐 겸 집으로 산 종이방석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요.
현재 모습은 저렇습니다. 고양이들이 스크래쳐로 열심히 사용한 덕에 너덜너덜해진 상태랄까요.
작은 집에 고양이 두마리가 딱 붙어 일광욕을 즐기기도 하고, 잘 사용해주니 뿌듯한 집사의 마음입니다.
뽀송뽀송 새하얀 털과 호수같은 눈이 매력인 새끼고양이 백미.
우리집 마당냥이 중에 센터상을 가지고 있는 백미는 절대 집 마당을 떠나지 않습니다.
다른 고양이들은 하루 정도 보이지 않을 때도 있고, 심지어 엄마 고양이 모아 조차 낮 시간에는 놀러 다니느라 밥을 먹으러 오지 않을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백미는 언제나 집을 지키고 있습니다.
햇살을 받아 더 예쁜 아기 고양이 백미의 미모도 구경하고 가세요.
3. 그 어떤 바람도 막아내는 튼튼한 고양이 집
백미가 숨어 있는 저 곳이 바로 마당냥이들의 집입니다. 여름에 샀던 고양이 집에 꾸준한 보수 공사를 거쳤고요.
엄마의 손으로 탄생한 튼튼한 고양이집입니다. 방은 두 칸이고요. 바닥에는 스티로폼이 1차로 깔려있고, 그 위로 이불이 깔려있습니다.
바람이 거세게 부는 마당이라, 집이 날아갈 뻔 한적이 있어서 엄마가 두꺼운 나무와 합판, 벽돌, 산과 밭에 돌아다니는 돌들로 요새를 만들어주었어요.
그 어떤 바람도 막아내는 튼튼한 고양이 집이 완성되었습니다.
백미가 숨어있는 저 곳이 입구이기 때문에, 바람이 절대 들어갈 수 없는 구조예요. 아주 따뜻하겠죠?
4. 정말 추운 날이면 핫팩 추가 서비스를 합니다.
영하 10도 이상 내려가는 정말 추운 날은 이불 밑에 핫팩을 깔아둡니다. 경계심이 심한 고양이들이 있어서, 밤에 불시에 도망가지 못하도록 가서 빠르게 넣어주고 오는 게 팁입니다.
어느 날은 경계심 심한 백미와 모아만 있었는데, 두 개의 집 중에 어떤 집에 들어가있는지 몰라서 고양이들이 어느 집에 있는지 확인을 하고 핫팩을 넣어줘야 합니다. 애써 준비한 핫팩을 빈 집에 넣어두기에는 아깝잖아요.
그래서 고양이들이 집 안에 들어가 있을 때 불시에 핫팩을 넣어줍니다. 원래는 경계심이 심해 금세 도망가는 아이들이지만, 갑자기 들이닥친 덕에 도망가지 못하고 핫팩 넣어주는 저를 구경하더라고요. 저 인간이 뭘 하는건가 경계했을텐데, 잠시 후 따뜻해졌으니 제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아주지 않았을까 기대하게 되더라고요.
정말 추웠던 영하 15도의 날이었을거예요. 이 날은 네 마리의 고양이가 집 두개에 사이좋게 두 마리씩 나눠서 입주해 있었습니다.
역시나 제일 추운 밤 시간에 불시에 핫팩을 깔아주었는데요. 어리둥절한 표정의 고양이들이 정말 귀엽지 않나요?
이번 핫팩은 사이즈 실수로 너무 작은 걸 사버려서, 한 집에 8개씩 깔아주느라 번거롭기는 했습니다. 사놓은거 다 쓰면 큰 핫팩으로 다시 구비해둬야 겠어요.
뿌듯한 것은, 아침에 고양이들이 밥 먹으러 나올 때 집에 가서 전날 핫팩을 치울 때 인데요.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핫팩을 보면 밤새 잘 깔고 앉았구나, 따뜻하게 보냈구나 하면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 그리고 팁! 모두가 아시겠지만, 핫팩 온도가 어마어마합니다. 이불이나 담요나 깔아주고 그 밑에 핫팩을 넣어주셔야 해요.
고양이가 직접 핫팩을 깔고 앉으면 화상을 입을 위험이 있습니다. 추우니까 따뜻하면 깔고 앉아 볼 아이들이니까요.
5. 또 다시 아침. 맑은 겨울 날의 고양이들.
또 다시 아침이 왔습니다. 이 날은 옆집 고양이 뚱이와 우리집 백미만 밥을 먹으러 왔네요.
밤을 잘 보낸 고양이들은 옆집에 놀러가거나 산으로 밭으로 놀러다니곤 합니다. 물론 우리집 백미는 오늘도 집을 지키고 있고요.
아침에 따뜻한 물을 바꿔주면 허겁지겁 먹으며 언 몸을 녹이는 것 같더라고요.
길고양이들은 깨끗하고 좋은 질의 물을 구하기가 힘들어 오염된 물을 먹거나, 아니면 먹지 못해 목 말라 죽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길고양이들이 깨끗한 물을 먹고, 목 마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인데요. 이렇게 우리집 마당에서는 괜찮지만, 도시에서는 쉽지 않겠죠.
실컷 밥을 먹고 건너편에서 나는 소리에 쫑긋 귀를 기울인 고양이들입니다.
주말을 맞아 오랜만에 손주 손녀들이 놀러온 동네 사람들 집을 구경하고 있는 모습이에요.
6. 가끔은 특식 생선을 줍니다.
가끔은 먹고 남은 생선들을 주고는 합니다. 살도 많고, 먹을 게 많은 생선찜이었는데요.
엄마는 손이 크셔서 항상 많은 양의 요리를 하시기 때문에, 간혹 이렇게 생선 요리가 남은 날이면 고양이들에겐 특식의 날입니다.
물론 고춧가루나 양념이 된 생선은 절대 주지 않는데요, 고양이들이 돌아다니다 뭘 먹을지는 모르긴 하지만 우리집 백미는 집에서만 밥 먹는 아이기 때문에 몸에 나쁜 인간의 음식은 먹지 않을 거에요. 저희가 주지 않는 이상이요.
모처럼 특식의 날인데, 백미 혼자만 집에 남아 있네요.
놀러 나간 고양이들 대신 뼈까지 싹싹 씹어서 깨끗하게 비웠답니다.
덩치는 작아도 식욕은 어마무시한 아기 고양이에요.
고양이 먹방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해서 더 맛있는 음식 많이 주고 싶은 마음도 있답니다.
이제 슬슬 날이 풀리고 있고, 요즘에는 영하 10도 이상 떨어지는 날이 없어서 고양이들이 지내기엔 많이 편해졌어요.
이 겨울을 잘 이겨내고 4마리 모두 사라지지 않고 남아주어서 감사하며 봄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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